이런 중년이고 싶습니다



세월을 따라 가는 게 인생이라지만

바람 목에 덩그렇게 매달려 있는 낙엽이듯

중년의 길목에 서서

뱃고동이듯 여울져 가는

저 세월 앞에 청춘이듯

그리움은 왜 이리 쌓이는지

비오고 바람이라도 부는 이런 날이면

내 손을 꼭 쥐여 줄

그런 사람을 하나 만나면 참으로 좋겠습니다.

남루한 옷차림에

벙거지 모자를 쓰고

비록 멋은 부릴 줄 모르는

그런 사람일지라도

내 마음 모두를 내어 줄 수 있는

마음 편한 그런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꼭 만나

정다운 미소로 인사를 나누고

담소를 나누며

먼지 나는 호젓한 신작로 길을

둘이서 걸으며

읍내 오일장의 난전에

천막이 처지고

파리가 도강을 하는 선술집이지만

김치 안주에 막걸리 한 잔씩을

서로 나눌 수 있는 정이 묻어나는

그런 사람이라면 참으로 좋겠습니다

그래서 오늘이 즐겁다면

내일은 혼자서 거울을 보고

나, 어제 참으로 즐거웠지?

라고 행복하게 미소 지으며

내가 내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마음만은 수정처럼 맑은

그런 중년이고 싶습니다.



[詩] 受天 김용오



 

 

 

 

Melanie Safka - The Saddest Th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