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금 멸망할 수도 있는 위기에 봉착해 있다. 한국은 긴 역사에서 볼 때 외침을 받아서 망한 적이 거의 없다. 고구려는 중국의 황제가 군사를 총동원하여 침략해 왔어도 막아내었지만, 내분이 일어나서 자멸했다. 천년을 지탱한 신라도, 고려도 내부적으로 분열하고 부패하여 자멸했다. 조선의 멸망도 예외가 아니었다. 조선은 내부적으로 오랫동안 편을 갈라 당파싸움을 일삼다가 국력을 상실하고 일본인들에게 유린당했다.
한국인의 좋지 못한 점 중의 으뜸은 편을 갈라 싸우면 나라가 망할 때까지 싸운다는 사실이다. 지금 한국은 멸망하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지금 한국은 정치인들의 이념투쟁이 격화되면서 전 국민이 반으로 갈라져 싸우고 있다. 이 싸움은 나라가 망할 때까지 이어질 기세다. 매우 걱정스럽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인류의 역사가 순환하며 흐른다는 역사의 법칙을 떠올리면 희망이 존재하기도 한다. 겨울이 와서 온 세상이 꽁꽁 얼어붙으면 따뜻한 봄이 오듯이, 사람의 마음이 꽁꽁 얼어붙으면 따뜻한 마음을 찾기 때문에, 역사의 흐름이 마음을 중시하여 마음을 주로 챙기는 시대로 바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인에게 기회가 온다. 지금 세계인들이 한국인들에게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인들이 제작한 영화나 드라마를 좋아하고, 한국인들이 부르는 노래를 따라 부른다.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세계의 역사 흐름이 마음을 중시하는 시대로 선회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한국인들은 예로부터 줄곧 마음을 챙겨왔으므로 한국인들에게는 아직도 따뜻한 마음이 남아 있다. 한국 경제가 발전하고 한국의 문화예술이 흥행하게 된 원동력은 한국인의 따뜻한 마음과 희생정신이었다. 이 따뜻한 마음과 희생정신이 경제를 일으키고 문화예술을 흥행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한 국가가 세상의 역사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갖추어야 할 세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는 어느 정도의 경제력을 갖추어야 하고, 둘째는 문화예술이 흥행해야 하며, 셋째는 새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철학이 나와야 한다.
현재 한국은 두 가지 조건을 갖추었다. 경제가 세계 10위권으로 도약했고, 문화예술이 세계적으로 흥행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은 미래 시대에 필요한 철학을 창출해야 할 때다. 미래에 필요한 철학은 분열과 갈등을 넘어서 조화와 화합을 유도하는 철학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한국인에게 문제가 생겼다. 회사에 일이 밀려도 회사를 위해 밤을 새워 돕는 사원을 찾아보기 어렵다. 동생의 학비가 부족해도 외국에 가서 힘든 일을 해서 번 돈으로 동생을 돕는 형이나 누나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도 역시 찾아보기 어렵다. 이처럼 한국인에게서 따뜻한 마음과 희생정신이 급격히 사라지면 한국 경제의 발전과 한국 문화예술의 흥행을 지속하기가 어려워진다. 한국의 경제가 어려워지고, 한국 문화예술이 지속해서 흥행하지 못하면, 한국에 찾아온 좋은 기회가 사라진다. 어떻게 해서든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 갈 K-철학이 필요한 이유다.
원래 위대한 철학은 모두 자연에서 터득되었다. 그런데, 그 자연의 진리 내용이 한국에도 전해지고 있다. 이미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도 반영된 한국 고유의 철학이 그것이다. 우리는 이 고유의 철학을 바탕으로 미래에 필요한 K-철학을 창출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 경제가 지속 발전하고 한국의 문화예술도 흥행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멸망의 위기와 함께 세상을 선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만났다. 이 기회는 천년에 한 번 만난다는 천재일우의 기회가 아니라, 만년에 한 번 만나는 기회로 볼 수 있다. 한국인에게 이 기회는 그만큼 중요하다.
[이기동(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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