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북한 체제 보장 ? 해주고 싶어도 불가능하다

 

조선일보 시론 524일자

북한 체제 보장 ? 해주고 싶어도 불가능하다

 

북한은 5월 20일 오후김정은 취임 후 5년 5개월 동안 53번째 미사일을 발사하는 기록을 세웠다김정일이 재임 17년 5개월 동안 16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놀라운 일이다북한은 강경파로 알려진 미국 대통령 취임이후 4개월 동안 8회에 걸쳐 12발의 미사일을 발사했고 온건한 대북정책을 표방할 것으로 기대되는 대한민국 신정부가 수립 된 후 불과 열흘 동안 미사일을 두 번씩이나 발사했다.

이처럼 집요한 핵과 미사일 개발 계획은 심오한 국제정치 이론에 기반을 둔 정통적인 핵전략에 근거하고 있는평화적 수단만으로는 포기시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5월 14일 실험했던 화성 2호 미사일은 30분을 비행함으로써 역대 공산국가들이 시험 발사했던 그 어떤 미사일보다 비행시간이 더 길었다는 기록을 세웠고지구 밖 우주로 2,000Km 이상 날아올랐다가 다시 대기권에 재진입(Reentry) 함으로써대륙간 탄도탄에 필수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증명해 보였다화성 12호 미사일은 장거리 비행의 가능성과 핵탄두 장착 가능성도 우려할 수준에 이르렀음을 알려 주었다,

북한 중앙 통신은 성공한 화성 12호 미사일을 후손만대에 물려줘야 할 주체탄이라고 묘사했고자축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눈물바다를 이루었다고 한다미사일 성공 소식에 눈물바다를 이루었다는 북한 엘리트들로부터 두세대에 걸친 노력의 결과물인 핵과 미사일을 빼앗을 수 있다는 희망이 얼마나 현실과 거리가 먼 일인지를 알아야 한다그런 연후에야 현실적인 대안들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한국 전쟁 직후 조부(祖父김일성에 의해 시작된 북한의 국가 대 전략의 핵심 요소이며 북한이 꿈에도 그리는 강성대국의 결정적 요소가 아닐 수 없다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핵과 미사일이 없는 한 북한은 결코 강성대국도 아니고 북한의 정치를 선군정치라고 말 할 수 도 없을 것이다.

최근 미국은 북한에 대해 정권교체도 않을 것이고 침략도 하지 않을 것이며 체제를 보장 해 줄 터이니 미국의 진정을 믿고 핵을 포기하라고 설득했다북한이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제안이다우선 북한이 핵을 보유하려는 본질적인 이유는 미국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중국도러시아도 믿지 않는다북한은 한국 전쟁 직후부터 독자적인 전쟁 수행능력 (獨自的 戰爭遂行能力확보를 위해 노력했다. 6.25 동란 중 북한편이라던 중국과 소련이 보인 행동에 치를 떤 김일성이 수립한 독자 전 수행 전략에 핵무기와 선군사상은 필수다.

북한이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미국이 북한의 체제를 보장” 해 줄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의 체제를 보장해 주기 위해서 미국은 우선 김정은의 폭압 통치에 대한 비방을 멈춰야 할 것이다미국 국민들 혹은 다른 자유주의 국가들에게 그게 어떻게 가능할까?

또 다른 체제보장 방안은 경제원조인데 그것이 북한 주민들의 먹고사는 일이 아니라 김정은 통치체제를 강화하는데 사용 되더라도 개의치 않아야 한다만약 북한 주민들이 봉기를 일으킬 경우 체제보장을 약속한 미국은 김정은 체제를 어떻게 해야 할까?

정권보장마저 약속했으니 말이다말이 되지 않는 질문 같아 보이지만 바로 이런 일들 때문에 북한 정권은 체제를 개혁 개방하는 대신에 고립핵무장강성대국의 길을 택한 것이 아닌가?

혹시 북한이 정말로 핵을 제거 한다면그 이후의 김정은 체제와 현재의 김정은 체제를 동일한 체제라고 볼 수 있을까?

키신저 박사는 어떤 나라가 핵무장에 성공하는 경우 그 나라의 핵무기는 이웃 나라들과 무언(無言)의 불가침 협정을 체결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북한은 독자 전 수행 능력을 갖춤과 동시에 무언의 불가침 조약으로 미국의 한반도 개입을 배재하는 그 날을 오매불망 그리고 있다.

 

이춘근

2017.5.24. 조선일보 시론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