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연구원 간담회 2017.3.13 발표한 글입니다.(각주 및 지도 생략)

미국의 해군전략

 

1. 탈냉전 시대 미국 해군 전략의 변화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후 미국의 대 동아시아 정책이 급변하고 있다트럼프의 대아시아 정책 변화는 미국의 경제정책과 더불어 군사정책에서도 큰 변화를 초래하고 있으며 군사정책 중에서 특히 큰 변화는 미국의 대 동아시아 해군전략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물론 트럼프 시대 미국 해군의 전략 변화는 이미 시작된 국제정치의 구조 변동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왜냐하면 이미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아시아를 중시한다는 Pivot to Asia  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제적 구조변화라 함은 1960년대의 일본, 1980년대의 한국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의 성장, 1990년대 중국의 급속한 경제력 성장과 이로 인해 야기된 중국의 패권 도전으로 표현되는 국제 권력의 구조 변화를 의미한다. ‘서구(西歐)의 시대가 끝나고 아시아의 시대가 시작되었다는 널리 사용되는 언급은 전혀 학술적인 언급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세계정치의 구조변동을 극적으로 표현해 주고 있다.

아시아가 세계정치의 중심이 되었다는 말은 다른 한편으로 아시아가 세계 분쟁의 핵심지역이 된다는 의미도 된다서구가 지배하던 시절 거의 모든 대 전쟁들은 서구 국가들의 충돌이며 지리적으로도 서구지역에서 발발한 것들이었다.

아시아의 강대국 중 특히 중국은 과거와 상대가 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해진 경제력을 기초로 군사력을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강시키고 있으며미국은 중국의 도전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나라다미국은 개념적으로 서구 국가에 속하지만 지리적으로는 아시아 태평양에 속하는 국가임을 자처하고 있다사실 이처럼 서구와 아시아의 중간지점에 위치서구와 아시아에서 야기되는 모든 일을 통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기에 미국은 지난 1세기동안 세계 최대강국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으며 20세기 후반소련을 제압한 후 진정한 세계 패권국으로 등극할 수 있었다.

20세기가 끝날 무렵진정한 패권국으로 등극한 미국은냉전시대 수 십 년 동안 지속되어 왔던 미국의 국가 대전략을 변화시키기 시작했다특히 미국 해군은 거의 100년 동안 유지 되었던 전략 원칙을 새로운 원칙으로 바꿀 정도로 큰 변화를 보였다. 1890년대 마한(Alfred T. Mahan) 제독이 주창한 해양 세력 이론은 미국 해군으로 하여금 전 세계의 바다 위에서 (On The Sea) 적국의 해군을 격파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함으로써미국은 전 세계의 주요 해로를 통제할 수 있고그럼으로써 미국 경제의 성장 발전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소련이 붕괴한 이후 대양(大洋한 복판에서즉 바다 위에서 미국 해군이 맞서야할 적은 없어져 버렸다미국 해군은 1994년 새로운 해양 전략 개념을 수립했는데 새로운 전략 개념은 바다로부터..’(from the Sea) 라는 전략보고서에 의해 구체화 되었다. ‘바다로부터’ 라는 개념은 미국 해군의 주요 작전 지역이 바다 한가운데로부터 대륙의 주변 해안가로 바뀐다는 사실을 의미한다더욱 단도직입적으로 말 한다면 미국 해군의 임무는 적국의 바닷가에서 적국의 육지를 공격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탈냉전 시대 미국 해군의 두 번째 전략 보고서는 그 제목이 아예 “Forward from the Sea..” 로 되어 있을 정도다냉전이 종식된 이후 미국 해군은 적국의 지상군과 직접 싸운다는 작전 개념을 가지게 된 것이다.

21세기가 시작된 이후 미국의 해양 전략은 지리적 지향점도 바뀌게 되었다미국 해군은 아시아태평양지역을 강조하기 시작했으며, 2011년 미국 국무부가 공개적으로 아시아 회기 정책(Pivot to Asia)을 천명 한 이후미국의 해군도 본격적으로 아시아 태평양을 향하기 시작 했다대서양이 아니라 태평양이 미국 해군이 지켜야 할 제 순위의 바다가 되었다.

미국 해군 건군 이래세계 대양 중 미국이 소홀히 했던 바다는 없었지만 그 우선순위의 1위는 역시 서구를 향하는 대서양이었다그런데 21세기 미국은 공개적으로 태평양과 더불어 인도양 등 아시아의 바다가 미국 해군의 제 순위 지역이라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앞으로 미국 해군력의 60%는 아시아의 해역에 배치되어 있을 것이며 나머지 40%가 서구 등 다른 지역의 문제에 대처할 것이다.

이 문건에서 필자는 미국의 해군력이 특히 관심을 집중하는 구체적 대상인 중국의 해군력 변화와 중국의 국가전략 변화를 설명하고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해군의 전략의 목표 및 대응 전략을 분석 하고자 한다.

 

2. 중국의 경제발전과 해군력해양 전략

 

중국의 국력 증강

 

1978년 개혁 개방을 단행 한 이후 중국은 지난 30년 동안 년 평균 10%에 육박하는 급속한 경제 성장을 기록했다세계 인구의 거의 1/5 이나 되는 국가의 경제력이 불과 30년 정도의 단기간 동안 수 십 배 이상 증가 되었다는 사실은 국제적인 힘의 구조에 변화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중국은 2010년 GDP 총량에서 일본을 제침으로써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 되었다중국이 경제대국이 되었다함은 결국 지킬 재산과 이익이 많아 졌음을 의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중국은 냉전당시 독일일본의 경제 부상이 군사적 부상으로 연계되지 않았던 바와는 전혀 달리경제력 증강을 적극적으로 군사력 증강과 연계 시키고 있다. 1989년 이후 2012년 까지중국의 군사력 증강비율(군사비를 기준으로 측정할 경우)은 년 평균 16%에 이를 정도였으며같은 기간 중국의 국방비는 15배 이상 증강 되어 있었다. 특히 중국의 국방비는 미국이 항상 비판하듯 투명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혹 받고 있다서방국가들의 정보 책임자들은 대부분 중국의 국방비를 중국정부가 발표한 액수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정도다.

중국의 군사력 증강은 199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1989년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국방비 증가비율은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훨씬 상회하는 것이었다즉 중국의 부상은 경제력과 함께 군사력 증강을 동반했고최근 노골적으로 나타나는 중국의 민족주의는 결국 미중 패권 경쟁 현상마저 야기하고 있을 정도다.

중국이 패권국이 될 가능성이 있는가의 여부를 떠나만약 중국이 지배하는 세계가 현실이 된다면 그 때의 세계 질서는 중국의 전통적 세계관과 전략 문화가 많이 반영된 것이 될 것임이 틀림없다시진핑(習近平)은 2012년 중국 주석이 된 이후과거 어떤 국가주석보다 공세적인 외교정책을 전개하고 있다시진핑이 주도하는 중국은 이미 세계 2위의 경제 및 군사 대국이 되었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그는 중국의 꿈’(中國 夢)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중국몽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15세기 초반 명나라가 누렸던 국제적으로 압도적으로 우세한 지위를 오늘의 중국이 다시 차지하게 되는 일이다비록 세계적인 차원에서의 패권 장악은 다음 목표일지라도중국은 적어도 아시아 지역의 패권적 지위(Regional Hegemonic Status)를 다시 차지하겠다는 야망을 구체적으로 나타내 보이고 있다.

 

중국의 해군력 강화

 

중국의 최근 군사력 증강은 특히 해군력 강화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강대국이 된 어떤 나라들도 군사력 증강을 위해 노력하기 마련인데 그 이유는 경제력만 가지고는 완전한 강대국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더 나아가 세계적인 강대국 즉 패권국이 되기 위해서는 어느 나라라도 해군력이 중요하다해군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나라는 세계적인 차원의 강대국(global power)이 될 수 없었고 오로지 해양을 제패할 수 있는 해군을 보유한 나라만이 궁극적으로 세계의 패권국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 역사의 진실이다. 해군력은 패권을 지향하는 모든 강대국의 기본적인 군사력이 아닐 수 없다그러니까 중국이 해양국가가 되려는 의지와 노력은 중국인의 오도된 야망에 의한 것이 아니다전 지구적인 차원의 강대국으로 부상한 어떤 나라라도 당연히 추구하는 것을 중국도 추구하는 것일 뿐이다.

중국의 급속한 해군력 증강은 중국이라는 국가의 성격이 변했다는 사실에서 더 적절하게 설명 될 수 있다공산주의 체제하의 대륙 지향적 고립국가였던 중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국제무역에 의존하는 해양 지향적 개방국가로 국가성격이 바뀌었다조지 베이어(George Baer) 교수는 국가가 해외 무역에 의존하고 자원이 부족해지면서 해외무역을 보호하기 위한 해군력 간 충돌은 불가피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프린스톤 대학의 켄트 칼더(Kent Caldor) 교수도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의 해군력 증강을 경제 발전의 당연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경제발전은 중국의 지정학적 특성을 대륙국가로부터 해양국가로 바꾸어 놓았고 중국은 이에 걸 맞는 군사력인 해군력 증강에 노력을 집중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미 오래전 장리안종(張連忠)제독은 중국은 지난 100년 동안 7차례 외국의 침략을 받았는데 모든 침략이 바다를 통해서였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중국의 국방을 위해 막강한 해군력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었다. 또한 중국 해군 사령원 우셩리(吳勝利제독은 중국의 긴 해안선많은 섬그리고 해양 관할권 확장 등을 근거로 중국이 해양 국가임을 주장한다우셩리 제독은 해양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위해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으며이에 부응하는 중국해군의 함대 전력건설과 작전 범위 확장을 주장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발전은 중국의 동부 해안지역에서 생산되는 상품들을 해외에 수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 졌고결국 중국의 해안지대가 중국의 핵심적 산업지대가 되게 하였다중국의 부()가 중국의 해안가에 집중되게 되었으며중국은 당연히 해안지역을 방어하는데 더 많은 신경을 쓸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즉 중국은 새로운 부의 중심지를 지키기 위해즉 국가의 핵심적인 재산을 지키기 위해 해안을 방어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당연히 더 많은 해군력을 보유해야 필 필요가 생긴 것이다이처럼 중국의 경제발전은 전통적으로 대륙 지향적이었던 중국의 국가전략을 해양지향적인 것으로 바뀌게 했다.

중국은 막강해진 해군을 통해 보다 적극적인 해양 정책을 전개하고 있는데 미국은 중국의 해양 전략을 A2/AD 라는 개념으로 정리한다즉 중국은 서 태평양 수역에 두 개의 선도련선(島連線, island chain)과 제 도련선을 일방적으로 획정한 후, 2010년 까지는 제 도련선 이내, 2050년까지 장기적으로 제 도련선 이내의 수역에서 중국의 이익에 해()가 되는 세력의 접근을 금지(Anti Access) 할 것이라는 전략을 구축하고 있으며 이 전략을 수행 할 수 있는 (Area Denial) 군사적 능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지도 1. 중국의 제도련선과 제 도련선 (첨부)

 

21세기의 현대 국가가 바다에 선을 설정해 놓고자신 스스로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적대적인 국가들의 선박의 출입 및 항해의 자유를 박탈하겠다는 경우란 없다이 같은 점에서 중국의 발상과 태도는 놀랍다이미 중국은 1947년 남지나해의 거의 전체가 중국의 바다임을 주장하는 소위 남해구단선(南海九斷線, Nine Dotted Line)을 설정한 바 있었다. 2014년 6월 중국이 발표한 공식지도는 11개의 선으로 남지나해 대부분을 중국의 관할권이 행사되는 바다로 표시하고 있으며 대만을 중국의 일부로 묘사하고 있다중국이 일방적인 주장에 의하면 남지나해의 62%가 중국의 관할권 아래 들어가 있다. 최근 미국 국무부는 상세한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주장하는 남해 9단선을 상세히 분석하고 국제법적으로 합당치 못하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2016년 7월 12일 헤이그 국제상설중재 재판소는 필리핀이 제소한 남중국해 관련 소송에서 만장일치의 판결로 중국의 남해 9단선은 역사적 근거가 없으며중국이 남중국해의 섬들에 대한 영유권 주장은 국제해양법 위반이라고 결정했다.

 

 

지도 2. 남해 9단선 지도(논문 뒤에 첨부)

 

 

아무튼 중국의 해양에 관한 공세는 국제적인 표준을 넘는 과격한 것이다중국은 자신들이 한국보다 인구가 30배나 많고 면적이 100배나 큰데 어떻게 중간선을 기준으로 기계적으로 나눌 수 있느냐며 중간선 원칙을 부정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도 한중 양국간 배타적 경제수역 획정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서해바다를 중국 측 주장대로 한중간 관할 선을 설정한다면 서해바다는 사실상 중국의 내해가 되고 말 것이다중국은 124도를 경계선으로 삼아 한국 해군이 더 이상 서쪽으로 진출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지도 첨부)

2015년 상반기 중 중국은 남지나해의 9개 지역에서 섬을 확장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현재도 군사시설을 지속적으로 건설하고 있는 중이다미국의 해군 정찰기들이 이 섬들을 정찰 비행양국 관계가 군사충돌로 이어질 개연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2015년 7월 19일 토요일 미국 태평양 함대 사령관은 최신예 미국 해군 정찰기 포세이돈을 타고 7시간 동안 남지나해를 정찰 비행 했을 정도로 미중간 긴장이 고조 되고 있다중국은 현재 아시아의 거의 모든 나라들과 동지나 해 혹은 남지나해의 섬 혹은 산호초들에서 충돌하고 있다일본베트남필리핀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브루나이는 물론 한국과도 국가 영역에 관한 갈등즉 주권 갈등을 벌이고 있다. 2016년 말까지 중국은 남지나해의 분쟁 중인 산호초들 7곳을 인공 섬으로 만들었다군사기지화 한 이 섬들은 남중국해의 자유항행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민주주의 국가들의 경우군함 한척을 계획하고 건조해서 실전 배치하기 까지는 대략적으로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그러나 아직도 공산당 1당 독재하의 중국은 문자 그대로 찍어내듯이’ 군함을 건조해서 실전 배치하고 있는 중이다최근 10년간의 중국 해군력 증강 현상을 요약 한다면 중국은 7,000톤급 이상의 대형 구축함을 매년 3~4척씩거의 찍어내듯급속하게 증강시켰다고 말할 수 있겠다. 2011년에는 소련으로부터 수입개조한 중국 최초의 항공모함 랴오닝(遼寧호를 취역시켰으며현재 두 번째 항공모함을 순수한 중국 형으로 개발건조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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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국과 주변국의 해군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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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함대1,600,000 

미국 태평양함대 394,000 

일본해상자위대: 469,000 

대만해군: 210,000 

 

한국해군: 21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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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트럼프 시대 미국의 해군의 전략

 

해양국가 미국의 해군발전사 건국이후 냉전종식까지

 

미국을 건국한 국부(國父 founding fathers)들은 미국이 해양 국가이며해군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했었다그러나 미국은 1776년 독립 선언 이후 100년 이상 막강한 군사국가가 아니었으며 특히 해군 국가는 전혀 아니었다겨우 지중해에서 해적과 싸울 수 있는 수준의 해군을 보유하고 있었을 뿐 이었으며, 1861년 남북전쟁이 시작 되었을 당시에도 해군은 별 의미 있는 군사력이 아니었다남북전쟁 기간 동안 미국 해군은 확대 강화 되었지만 전쟁이후 또 다시 쇠락의 길을 걸었었다미국이 독립한 후 102년이 지난 1878미국 해군은 세계 12등에도 들지 못할 정도로 허약한 군대였다.

이처럼 별 볼일 없었던 미국 해군은 1890년대 미국 해군대학 교수인 알프레드 테이어 마한 (Alfred Thayer Mahan)의 이론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이후부터 급속도로 증강되는 계기를 맞이했다. 1898년 발발했던 미국과 스페인의 전쟁은 미국의 정치가 및 국민들에게 마한의 주장이 옳은 것이었음을 확신시키는 계기가 되었다마한의 주장은 국가의 위대성은 막강한 해군에 의해 뒷받침되는국가의 전 세계적인 경제력으로 정의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마한의 이론에 따라 건설된 미국의 함대는 세계의 주요 해로를 장악하기 위해 적국의 해군을 바다위에서 격파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즉 미국의 해군은 바다위에서 적국의 해군과 싸워 그들을 격멸함으로써 적국 해군을 무력화 시킨 후미국 해군이 세계의 모든 주요 해로를 안전하게 장악하는 것이었다이 같은 해군 전략은 1890년 이래 1990년 소련이 몰락하는 순간까지 100년 동안 미국 해군전략의 기본이 되었다.

물론 세부적인 해양 전략에는 변화가 있었다냉전 당시 미국 해군의 임무는 해양 전략 1986’ (1986 Maritime Strategy)에서 가장 명확하게 정의되었었다. ‘해양 전략 1986’은 소련과 미국이 전면 핵전쟁을 벌일 가능성이 있는 국제전략 상황에서 작성된 것이었다소련의 도발은 서부 유럽을 향한육지를 통한 핵공격 일 것이라고 상정되었다. ‘해양 전략 1986’은 미국 해군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유럽에서 벌어질 소련과의 전면 핵전쟁에서 유럽에 있는 미국의 동맹국들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정했다. ‘해양 전략 1986’은 1990년 미국이 소련에 승리한 상태로 냉전이 종식됨에 따라 더 이상 쓸모없는 전략이 되어 버렸다.

 

냉전종식부터 오바마 대통령 시대까지

 

냉전(Cold War)을 승리로 종결시킨 미국의 기본 전략은 미국의 패권을 지속강화시키는 것이 아닐 수 없었다탈냉전 시대를 맞이하여 미국이 발표한 각종 전략에 관한 보고서들은예외 없이미국이 패권적 지위를 지속하는 것이 미국의 전략 목표라고 밝히고 있다예로서 2012년 1월 5일 미국 국방부에서 간행된 미국의 국가전략 보고서는 미국의 세계적 리더십을 지속시키기 위하여: 21세기 국방의 우선순위’ 라는 제목을 부치고 있을 정도였다.

물론 미국은 소련을 물리치고 패권을 획득한 이후 2001년 9월 11일 테러 공격을 받기 직전 까지 약 10년 동안은 구체적인 국가 전략이 없었다많은 분석가들이 이시기를 미국이 역사로부터 휴일을 즐긴 시기였다고 말하고 있었다.

다만 냉전이 종식된 직후부터 미국 해군은 새로이 변화된 전략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새로운 해양 전략을 구상하고 있었다냉전이 종식된 이후미국의 해군전략은 소련과는 다른 새로운 종류의 적과 상대하기 위한 것으로 변화되었다새로운 적들 중에서는 과거 소련 수준의 해군력즉 미국과 맞먹는 해군력을 보유한 나라가 없었다즉 탈냉전 시대는 미국해군이 대양 한복판에서 결전(decisive battle)을 벌여서 격파해야 할 해군은 더 이상 없게 되었다.

그래서 냉전 종식 직후 미국 해군은 바다로부터...’ 라는 새로운 해군 전략을 구상했다. 이 백서는 1994년 11월 더욱 구체적인 내용과 이름을 갖춘 새로운 보고서로 대체 되었고 새 보고서는 해군과 해병대의 더욱 긴밀한 협동 작전을 강조했다새로운 보고서는 서문에서 명확하게 강조한 것처럼 변화된 국제정치 상황은 새로운 포커스(focus)를 요구하며냉전 종식이후 미국 해군의 사명은 바다위에서의 작전으로부터,’ ‘세계 도처의 해안지역에서 발생하는 일들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힘의 투사로 바뀌게 되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미국 해군은 소련과 소련 해군이 몰락한 후 유럽은 물론 특히 아시아의 해안 지역(littoral)에 대한 전진 배치를 적극적으로 시도했다여러 가지 작전(作戰)적 시도가 있었지만 특히 유명한 시도는 1994년 10월 28일에 있었던 미국 항공모함의 서해 진입이었다미국의 항공모함이 서해의 어느 지점까지 진입했는지에 대해서는 그 정확한 내용은 군사기밀 사항이지만 미국의 해군 장교들은 이구동성으로 상당히 깊숙이’ 진입했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 항공모함의 서해 진입은 중국의 신경을 대단히 예민하게 했다중국은 미국의 항모진입에 대해 자국의 해군을 대대적으로 동원하는 조치를 취했다분노한 중국 당국은 다음번에 미국 항모가 다시 진입하면 실탄을 발사할 것이라고 위협할 정도였다. 미국 해군의 주요 임무가 힘의 투사(Power Projection), 즉 해안 주변국에 대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바뀌었음을 단적으로 증명한 사례였다.

특히 미국 해군과 해병대가 함께 새로운 해양 전략 보고서를 발표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과거에도 미국 해군과 해병대가 따로 작전을 한 것은 아니지만 이제 미국의 항공모함 각종 군함 및 심지어는 잠수함에도 해병대 병력을 승선시키는 상황에 되었을 정도로 미국 해군의 적은 상대국의 해군은 물론 적대국의 지상군도 전략적 타격 목표로 삼게 된 것이다단순한 함포사격을 넘어서는 전략 개념이 수립된 것이다.

미국 항공모함 서해 진입사건은 차후 여러 전문가들의 분석 대상이 되었는데 일본의 해양전략 전문가인 마츠이 시게루(松井 茂)씨는 미국 해군의 서해 진입 명분은 북한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는 차후 중국과 미국이 진짜 전쟁을 벌일 경우에 대비서해를 봉쇄하기 위한 조치로서 이 같은 훈련을 단행했다고 분석한다.

한반도의 장산곶과 중국의 산동 반도를 잇는 선은 서해에서 가장 폭이 짧은 선이며 미국이 이곳에 차단선을 설정할 경우 중국의 산업지대인 만주는 전략적으로 동결(戰略的 凍結 strategic freeze)을 모면할 수 없을 것이다중국의 북부와 만주지역으로 연결 되는 해로가 차단되는 경우 중국의 전쟁 수행력은 사실상 궤멸 상황에 처하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미국은 이 같은 새로운 해양 전략에 입각바닷가에서 싸우는데 적합한 각종 군함을 건설하기 시작했다냉전이 끝난 지 20년이 지난 지금 미국이 서서히 실전배치 하기 시작한 군함들은 그 대부분이 대륙의 주변 바다에서 작전하기 적합한 군함들이다즉 크기는 작아졌지만 스텔스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속도가 빠르며 기동성이 탁월한 군함들이다미국은 이런 종류의 군함들을 LCS (Littoral Combat Ship, 연안전투함) 라는 이름으로 분류하고 생산배치하기 시작했다미국은 연안 전투함들의 사명을 6가지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것들은 바로 2015년 3월에 발간된 최신의 미국 해양 전략 보고서에서도 분명히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첫째는 전방배치(Forward Presence), 둘째 전쟁억지(Deterrence), 셋째 해양통제(Sea Control), 넷째 힘의 투사(Power Projection), 다섯째 해양의 안전(Maritime Security), 여섯째 재난구호(Humanitarian Assistance/Disaster Response (HA/DR).

상기 6가지 사명은 과거 냉전시대의 미국 해군도 역시 담당하던 것이었지만 미국의 신형 해군은 과거의 거의 두 배 수준에 이르는 전방배치능력을 보유할 것이다군함의 규모와 성능은 적국의 복잡한 해안가에서 작전을 가능케 하며주요 해로를 장악하기 쉽게 만든다냉전 종식 이후 미국의 신형 군함들은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했던 쓰나미일본의 동해 대지진최근 발생한 네팔 대지진 등에서도 쉽게 재난 구호 활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하게 되었다.

수상함은 물론 미국은 잠수함도 적국의 해안가에서 작전하기 용이한 것으로 개발배치하기 시작했다버지니아 클래스 잠수함들은 냉전 당시 소련과의 핵전쟁을 상정했던 오하이오 클래스의 뒤를 잇는새로운 전략 환경에 적합하게 개발된 미국의 최신형 공격 잠수함들이다미국은 버지니아 클래스를 2060년 최대 2070년까지 사용할 차세대 잠수함으로 개발실전 배치하고 있는 중이다.

오바마 행정부 초반인 2011년 11월 10일 미국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은 호놀룰루소재 하와이 대학 동서센터(East West Center)에서 미국의 태평양 세기(America's Pacific Century)라는 주제의 정책 연설을 했다미국 국무부의 홈페이지와 외교정책(Foreign Policy) 지에 게재된 힐러리 클린턴의 논문은 21세기 미국의 외교적 초점이 중국과 아시아에 맞춰질 것을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이 논문에서 클린턴 장관은 미래의 지정학은 아시아에서 결정 될 것이다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에서가 아니다그리고 미국은 이 같은 행동이 이루어지는 곳의 한복판에 가 있을 것이다고 선언했다.

이 같은 국무장관의 선언이 있은 후 불과 2개월도 되기 전에 발표된 미국 국방장관의 새로운 국방전략 보고서는 미국의 국방정책은 미국의 외교정책을 적극 지지하는 것임을 역시 분명하게 밝혔다이미 앞에서 인용한 문건이지만 미국 국방부는 보고서의 제목을 미국의 패권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21세기 국방정책의 우선순위’ 라고 부치고 있었던 것이다. 동 보고서는 미국의 군사력의 기능을 10가지로 요약하고 있는데 그 중 3번째 항목즉 미국은 A2AD 도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군사력을 투사할 것” 이라는 내용은 놀랍다여기서 A2AD 란 Anti Access, Area Denial, 즉 접근금지’ 및 지역거부’ 라고 해석될 수 있는 것으로서 중국의 최근 해양 전략을 의미한다.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중심전략은 많은 사람들이 비판 하듯이 전략과 정책은 그럴 듯 했지만 실제적인 행동으로 뒷받침 되지는 못했다미국의 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더욱 공세적이었다미국이 할 수 있는 일은 섬을 건설하지 말라고 소리치는 일과 중국이 불법적으로 인공섬 주변에 선언한 영해를 무시하고 항해하는 소위 Freedom of Navigation 작전이었다오바마 행정부는 말정책과 달리 해군력을 급속히 감축시키고 있었다오바마의 계획은 미국 해군의 주요 함정을 260척 수준까지 낮추는 것이었다오바마 임기 종료 무렵 미국 해군은 274척 수준이었다.

 

트럼프 행정부와 미국 해군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지 불과 40일 정도 지난 현재 트럼프 시대의 해군정책을 구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공식적인 자료는 없다고 말할 수 있다다만 트럼프는 오바마의 대아시아 정책인 Pivot to Asia를 힘으로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정책을 수립했다우선 해군력의 대폭적인 증강이 그것이다트럼프는 선거 기간 중 미국 해군을 350척 해군으로 증강시켜야 한다고 주장했고미국 해군은 2016년 12월 트럼프 당선이후 제출한 보고서에서 355척 해군을 요구했다.

트럼프의 국무장관인 Rex Tillerson은 청문회에서 중국을 경악하게 할 수 있는 언급을 했다그는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면서 “We’re going to have to send China a clear signal that, first, the island-building stops,” Mr. Tillerson told the senators. “And second, your access to those islands also is not going to be allowed.”(첫째, 중국은 더 이상 인공섬을 건설하지 말것, 둘째 미국은 중국이 인공섬에 접근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라고 말했다.

미국 의회 의원들은 틸러슨 내정자에게 어떻게 정책을 이행할 것인지를 묻지 않았다(1월 11, 2017). 며칠 전인 1월 5미국 3함대 항공모함 Carl Vinson 호가 중국해역을 향해 출항했기 때문이다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3함대의 항모전단이 7함대 구역에 파견 되었다는 사실이다. 7함대는 서태평양(하와이아시아), 3함대는 동태평양(하와이-미국이 담당구역이다. 7함대 구역에 진입해서도 3함대의 지휘를 받는다지금 미국은 “3함대 앞으로!” (3rd Fleet Forward)를 외치고 있다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의 태평양 함대 2개를 모두 활용한다는 의미다, 3함대 소속 군함이 중국 해역에 진입한 것은 2차 대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 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해군은 명실공한 패권국의 해군을 지향하고 있다.

 

이춘근

2017.3.13.

통일연구원 간담회 자료

 

상기 논문은 필자가 평소 정리해 두었던

논문을 편집하고 update 시킨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