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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추종세력의 核 딜레마

 

김정은 추종세력의 核 딜레마

         2017년 4월 14일 조선일보  이춘근 시론

 

북한의 핵 보유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목적을 '미국과 싸우기 위해서'로 아는 이가 많다그렇지 않다. '미국과 전쟁하지 않기 위해서'북한이 꿈에도 그리는 국가 대전략 목표는 한반도 전체를 주체사상이 지배하는 곳으로 만드는 일이다즉 북한이 주도하는 남북통일이다.

그런데 주한 미군이 문제다아무리 나가라고 소리 질러도 나가질 않는다북한은 대한민국에 미군만 없다면 단박에 통일을 이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그것이 허황한 망상인지 여부는 따지지 않는다북한은 주한 미군 28500명을 60만 대한민국 군대보다 더 무서워한다. 1953년 휴전 이래 남침 전쟁을 자제하는 이유는 미군과 다시 싸우는 것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묘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오래전 김정일이 한 말이다. "수령님 대에 조국을 통일하자면 미국 본토를 때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그래야 마음 놓고 조국 통일 대사변(大事變)을 주동적으로 맞이할 수 있다." 김정일은 핵전략의 본질을 잘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북한이 미국 본토를 핵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는 그날북한은 미국에 "서울을 살리기 위해 로스앤젤레스를 포기할 것이냐?"라고 협박할 수 있게 된다마이클 헤이든 전 CIA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 1차 임기 중 '그날'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세상일이 원하는 대로 되지는 않는다김정은 같은 예측불허의 인간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을 보유하게 놔둘 미국이 아니다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무력 공격도 배제하지 않을 것임을 여러 차례 밝힌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에서 본때를 보여줬다시리아 대통령이 자국민을 향해 화학무기를 사용하자 트럼프는 "여자남자그리고 '예쁜어린이를 무참하게 살해했다"고 분노하며 응징했다미국은 화학탄을 투하한 시리아 공군기가 출격했던 기지를 토마호크 미사일 59발로 초토화했다.

미국 언론들은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 "미국은 세계에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결단성 있는 행동등의 표현을 써가며 트럼프의 군사공격을 긍정적으로 보도했다트럼프는 시리아의 독재자 아사드뿐 아니라 그를 지원하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도 심각한 굴욕감을 안겼다.

지난 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중국에 대해 요청인지 협박인지 불분명한 말을 했다그는 먼저 중국의 협력을 강하게 요구한 후여의치 않을 경우 미국 혼자서 북핵 문제를 해결할 것이며 그럴 능력은 완벽하다고 말했다시진핑 주석과의 만찬이 채 끝나기 전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시리아에 미사일 공격을 단행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설명했다.

이제 공은 김정은에게 넘어갔다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없는 한 북한의 핵미사일은 별 쓸모가 없다본토가 공격당할 걱정이 없는 미국은 유사시 한국을 부담 없이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그래서 북한은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핵과 미사일을 보유해야만 하는데미국은 그것은 절대 안 된다고 하며 군사력도 능히 사용할 수 있음을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지난 9일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은 호주의 항구를 방문하기 위해 남쪽으로 항해 중이던 핵 항모 칼빈슨의 항로를 한반도를 향해 돌리라고 명령했다북핵은 미국과 싸우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와 관계없는 것처럼 말하던 사람들은 아직도 미국이 북핵 제거를 위해 무력 공격을 해도 미국과 북한 사이의 일일 뿐우리와 관계없는 것으로 생각하는가북한은 한국만 위협하는 핵은 무용지물이기에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핵을 만들려다 미국의 강력한 응징에 직면했다이는 김정은과 김정은 추종세력의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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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